평면 위에 수직으로 만나는 두 수직선($x$축, $y$축)을 놓으면, 평면의 모든 점을 실수의 순서쌍 $(x, y)$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체계가 좌표평면이고, 순서쌍을 점의 좌표라 한다.
좌표는 기하와 대수를 잇는 다리다. "점"이라는 기하적 대상이 "수의 쌍"이 되는 순간, 도형 문제를 계산으로 풀 수 있게 된다(해석기하). 거리·중점·기울기 같은 도형의 성질이 전부 공식이 되고, 거꾸로 방정식의 해를 그림으로 볼 수도 있게 된다. 함수의 그래프라는 개념 자체가 좌표평면 위에서만 성립한다.
평면좌표에서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기 쉬운 건 순서쌍의 "순서"다. $(2,3)$과 $(3,2)$는 전혀 다른 점이다. 앞자리는 항상 가로($x$), 뒷자리는 항상 세로($y$)로 약속했기 때문에, 두 수를 바꿔 쓰면 완전히 다른 위치를 가리킨다. 좌표를 "두 수를 적어 둔 것"으로만 보면 이 순서의 의미가 흐려지니, 늘 "가로로 얼마, 세로로 얼마"로 읽는 습관을 들이자.
또 거리·중점·내분점 공식을 통째로 외우려다 자주 헷갈리는데, 사실 이들은 새 공식이 아니라 아는 것을 좌표로 옮긴 것이다. 두 점 사이 거리는 가로 차이와 세로 차이를 두 변으로 하는 직각삼각형의 빗변이라, 그냥 피타고라스 정리다. 중점은 두 좌표의 평균일 뿐이다. 공식을 외우기 전에 이 그림을 먼저 떠올리면, 부호나 순서를 헷갈려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
좌표를 읽을 때 부호도 눈여겨보자. 두 축이 평면을 넷으로 나누는데(사분면), 오른쪽·위가 양수 쪽이다. 점 $(-2, 3)$처럼 부호가 섞이면 "왼쪽으로 $2$, 위로 $3$"으로 방향까지 함께 읽어야 위치를 정확히 짚을 수 있다.
좌표평면이 생기면 도형의 성질이 어떻게 "공식"으로 바뀌는지, 세 걸음으로 따라가 보자. 새로 필요한 지식은 없다 — 출발점은 피타고라스 정리와 비례뿐이다.
① 거리. 두 점 $A(x_1, y_1)$, $B(x_2, y_2)$를 잇는 선분은 비스듬해서 좌표만 보고는 길이를 알 수 없다. 그런데 $A$에서 가로로, $B$에서 세로로 선을 그으면 두 선이 점 $C(x_2, y_1)$에서 만나 직각삼각형 $ABC$가 생긴다. 이 삼각형의 두 직각변은 축과 나란하므로 길이가 좌표의 차로 바로 읽힌다.
$$\overline{AC} = |x_2 - x_1|, \qquad \overline{BC} = |y_2 - y_1|$$
빗변이 구하려는 $\overline{AB}$이므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overline{AB}^2 = (x_2-x_1)^2 + (y_2-y_1)^2$$
이 된다. 제곱하는 순간 절댓값이 사라지기 때문에 거리 공식에는 절댓값 기호가 남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거리 공식은 외울 새 공식이 아니라 좌표로 쓴 피타고라스 정리다.
② 중점. 가로 방향만 따로 떼어 보면 문제는 "$x_1$과 $x_2$의 정확히 가운데 수는 무엇인가"로 줄어들고, 답은 평균 $\dfrac{x_1+x_2}{2}$다. 세로도 사정이 똑같다. 좌표를 쓰면 평면의 문제가 가로·세로 두 개의 1차원 문제로 쪼개진다는 것 — 이것이 좌표의 진짜 힘이고, 아래 내분점도 같은 방식으로 나온다.
③ 내분점. 선분 $AB$를 $m:n$으로 내분하는 점 $P$는 "$A$에서 출발해 $B$까지 가는 길의 $\dfrac{m}{m+n}$만큼 간 점"이다. 가로 좌표만 보면 $A$의 $x_1$에서 전체 변화량 $x_2-x_1$의 그만큼을 더한 값이므로
$$x = x_1 + \frac{m}{m+n}(x_2 - x_1) = \frac{(m+n)x_1 + m x_2 - m x_1}{m+n} = \frac{n x_1 + m x_2}{m+n}$$
세로도 같은 계산으로 $y = \dfrac{n y_1 + m y_2}{m+n}$이 된다. 공식에서 $m$이 $x_2$ 쪽에, $n$이 $x_1$ 쪽에 엇갈려 붙는 이유가 이 유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 $B$ 쪽으로 많이 갈수록($m$이 클수록) $B$의 좌표가 더 무겁게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m = n = 1$을 넣으면 ②의 중점 공식이 되므로, 중점은 내분점의 특별한 경우다.
두 점 $A(x_1, y_1)$, $B(x_2, y_2)$에 대해:
$A(1, 2)$, $B(4, 6)$의 거리는 $\sqrt{3^2 + 4^2} = 5$, 중점은 $\left(\frac{5}{2}, 4\right)$, $AB$를 $2:1$로 내분하는 점은 $\left(\frac{2\cdot4+1\cdot1}{3}, \frac{2\cdot6+1\cdot2}{3}\right) = (3, \frac{14}{3})$.
17세기 초까지 기하와 대수는 사실상 다른 학문이었다. 도형 문제는 유클리드 이래 2천 년 동안 자와 컴퍼스로 작도하며 논증했고, 수와 식을 다루는 대수는 그와 별개의 계산 기술이었다. 문제는 어려운 작도 문제마다 새로운 착상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일반 절차가 없었다.
르네 데카르트는 1637년 『방법서설』의 부록으로 붙인 『기하학』(La Géométrie)에서 도형에 기준선을 놓고 점의 위치를 길이의 쌍으로 지정하는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면 곡선은 방정식이 되고, 작도 문제는 방정식 풀이가 된다. 번뜩이는 착상 대신 계산 절차로 도형을 다룰 길이 열린 것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피에르 드 페르마도 독립적으로 같은 착상에 이르렀지만, 그의 원고는 훨씬 뒤에야 출판되어 이름은 데카르트에게 남았다.
정작 데카르트는 오늘 우리가 그리는 그림, 즉 직각으로 교차하는 두 축과 음수 좌표까지 허용된 사분면을 쓰지 않았다. 그가 쓴 것은 기준선 하나와 그에서 재는 길이였고, 두 축을 대등하게 세우고 음수 방향까지 채운 좌표평면은 그 뒤 여러 수학자를 거치며 다듬어졌다. 미지수를 $x, y$로 쓰는 관행이 『기하학』에서 굳은 것과 함께, '데카르트 좌표'라는 이름이 그 출발점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