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곡선(conic section)은 좌표평면에서 $x, y$에 대한 이차방정식
$$Ax^2 + By^2 + Cx + Dy + E = 0$$
(단, $A, B$가 동시에 0은 아니다)의 그래프로 나타나는 도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계수 $A, B$의 부호와 값에 따라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의 네 가지(또는 점, 직선, 공집합과 같은 특수한 경우)로 분류된다.
이차곡선은 다음과 같이 초점과 준선을 이용해 통일적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평면 위의 한 정점 F(초점, focus)와 F를 지나지 않는 한 직선 $l$(준선, directrix)이 있을 때, 점 P에서 F까지의 거리와 $l$까지의 거리의 비
$$e = \frac{\overline{PF}}{d(P, l)}$$
가 일정한 점 P의 자취를 이차곡선이라 하고, $e$를 이심률(eccentricity, "이심률"이라 읽는다)이라 한다.
원뿔(원뿔면)을 평면으로 자르는 각도를 바꾸면 단면의 모양이 달라진다. 밑면과 평행하게 자르면 원, 조금 기울여 자르면 타원, 모선과 평행하게 자르면 포물선, 원뿔의 축에 더 가깝게 세워 자르면 쌍곡선이 나온다. 이렇게 하나의 도형(원뿔)을 자르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달라 보이는 네 곡선이 사실은 "이차방정식의 그래프"라는 하나의 틀 안에 있다는 것이 이차곡선이라는 개념의 핵심이다.
위에서 이차곡선을 두 가지 방식으로 정의했다 — 하나는 이차방정식 $Ax^2+By^2+Cx+Dy+E=0$의 그래프로, 다른 하나는 초점·준선·이심률 $e$로. 이 둘이 왜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성질에서 말한 "$A, B$의 부호로 곡선의 종류를 판별한다"는 표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이심률의 정의에서 직접 계산해 확인해 보자.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 초점 F를 원점 $(0,0)$에 두고, 준선 $l$을 $x=-d$ ($d>0$)인 수직선으로 두자. 점 $P(x, y)$가 F와 $l$로부터의 거리의 비가 $e$인 점이라 하면, 두 점 사이의 거리 공식으로
$$\overline{PF} = \sqrt{x^2+y^2}$$
이고,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는 $d(P, l) = x+d$ (곡선이 준선의 오른쪽에 있으므로 $x+d>0$)이다. 이심률의 정의 $\overline{PF} = e \cdot d(P,l)$에 대입하면
$$\sqrt{x^2+y^2} = e(x+d)$$
$$x^2+y^2 = e^2(x+d)^2 = e^2x^2 + 2e^2dx + e^2d^2$$
우변의 $e^2x^2$항을 좌변으로 넘기면
$$(1-e^2)x^2 + y^2 - 2e^2dx - e^2d^2 = 0$$
이것이 바로 $Ax^2+By^2+Cx+Dy+E=0$ 꼴이다. 여기서 $A=1-e^2$, $B=1$, $C=-2e^2d$, $D=0$, $E=-e^2d^2$이므로, $y^2$의 계수 $B$는 이심률과 무관하게 항상 $1$(양수)이고, $x^2$의 계수 $A=1-e^2$만 $e$에 따라 부호가 바뀐다.
즉 "초점·준선 비율이 일정한 점의 자취"라는 기하학적 정의에서 출발해 실제로 거리 공식을 적용하고 정리하면, $x^2, y^2$의 계수 부호로 곡선을 분류하는 대수적 기준이 저절로 따라 나온다. 두 정의는 서로 다른 출발점이 아니라 같은 곡선을 보는 두 가지 방식이다.
$xy$항이 없는 이차방정식 $Ax^2+By^2+Cx+Dy+E=0$은 계수 $A, B$의 부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A, B$ 조건 | 곡선 |
|---|---|
| $A=B\neq0$ | 원 |
| $A, B$ 부호 같고 $A\neq B$ | 타원 |
| $A, B$ 중 하나만 0 | 포물선 |
| $A, B$ 부호 다름 | 쌍곡선 |
완전제곱식으로 변형하면 표준형(중심, 초점, 반지름 등)을 알 수 있다.
$x^2+4y^2-2x+16y+13=0$이 나타내는 곡선을 판별해 보자. $x, y$에 대해 완전제곱식을 만들면
$$(x^2-2x+1)+4(y^2+4y+4) = -13+1+16$$ $$(x-1)^2+4(y+2)^2 = 4$$ $$\frac{(x-1)^2}{4}+\frac{(y+2)^2}{1}=1$$
$A=1, B=4$로 부호가 같고 값이 다르므로 중심이 $(1,-2)$인 타원이다.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의 궤도는 모두 초점을 지구(또는 태양)에 둔 이차곡선이며, 발사 속도가 커질수록 이심률 $e$가 커지면서 궤도의 종류가 바뀐다. 원형 궤도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은 $e\approx0$에 가깝고, 대부분의 인공위성과 행성은 $0<e<1$인 타원 궤도를 돈다. 발사체가 지구의 중력을 딱 벗어날 수 있는 탈출 속도에 도달하면 $e=1$인 포물선 궤도가 되고, 그보다 빠르면 $e>1$인 쌍곡선 궤도를 그리며 태양계 밖으로 영영 벗어난다 — 보이저 탐사선처럼 행성을 스쳐 지나가며 가속을 얻는 탐사선의 궤도가 실제 쌍곡선이다. 이처럼 이심률 하나의 값이 궤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차곡선의 분류는 추상적인 수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잘못된 생각: "$x^2$과 $y^2$이 둘 다 있으면 원 아니면 타원이다." 왜 틀렸는가: $x^2-y^2=1$은 $x^2, y^2$이 모두 있지만 계수의 부호가 다르므로 쌍곡선이다. 부호가 같을 때만 원·타원이고, 부호가 다르면 쌍곡선이 된다.
잘못된 생각: 이차함수의 그래프(포물선)만 배워서 "이차곡선도 결국 $y=ax^2+bx+c$ 꼴이어야 한다." 왜 틀렸는가: 이차함수의 그래프는 $y$가 $x$에 대한 이차식이고 $x$는 일차식인 특수한 이차곡선(포물선)일 뿐이다. 이차곡선은 $x^2, y^2$이 함께 나타나는 원·타원·쌍곡선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잘못된 생각: 완전제곱식으로 바꿀 때 $4y^2+16y = 4(y+2)^2$이라고 계산. 왜 틀렸는가: $4(y+2)^2 = 4y^2+16y+16$이므로 원래 식과 같아지려면 $4(y+2)^2-16$이 되어야 한다. 이 상수항을 빠뜨리면 중심의 좌표나 우변의 값이 틀려 곡선의 종류 자체를 잘못 판별하게 된다.
이차곡선은 기원전 4세기경 메나이크모스가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로 만드는 문제(배적문제)를 풀기 위해 원뿔을 여러 각도로 자른 단면을 연구하면서 처음 다루어졌다. 이후 기원전 200년경 아폴로니우스가 저서 『원뿔곡선론(Conics)』에서 하나의 원뿔을 자르는 각도에 따라 얻어지는 단면들을 넓이 비교(도형의 적용)라는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ellipse(타원, "부족하다"는 뜻), parabola(포물선, "같다"는 뜻), hyperbola(쌍곡선, "초과한다"는 뜻)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명칭들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17세기에 케플러가 행성의 공전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임을 밝혀내면서, 순수 기하학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이차곡선이 실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